부산 출신 배우 강하늘이 영화 '청년경찰'에서 주연을 맡았다. 그는 극중 이론에 빠삭한 경찰대생 희열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친구들은 다 카이스트 갔는데 난 평범한 게 싫어서 경찰대 왔어."
부산 출신 배우 강하늘(27)이 '청년경찰'에서 이처럼 던지는 대사가 예사롭지 않다. 영화는 경찰대생인 희열과 기준(박서준)이 우연히 납치 사건을 목격한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극 중 강하늘은 철두철미하지만 허당기 있는 희열을 맡아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다.
깍쟁이 같지만 어설픈 '희열' 맡아
경찰대 동기 '기준' 박서준과 호흡
정의감·패기 넘치는 '청년 투캅스'
상체 노출장면선 여자 스태프들
몸 좋은 서준이 형만 쳐다봐"
내달 헌병으로 입대 예정
"군대 다녀와도 즐겁게 연기할 것"
앞서 그는 드라마 '미생'에서 미완의 신입사원, 영화 '동주'에서 시인 윤동주 등 쉽지 않은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섬세하게 소화해냈다. 그만큼 그는 '변신의 귀재' 같다. 맡는 작품마다 흥행에 성공해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오른 강하늘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영화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희열이 깍쟁이라고요? 알고 보면 순둥이죠"
이타심과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20대 청춘 둘이 영화의 주인공. 그래서 젊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예쁜 여자 친구를 둔 동기를 부러워하거나 계급체계만 따지는 사회에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들이 그렇다. 그래서일까. 스크린 속 강하늘의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는 "친한 친구 대하듯 스스럼없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귀띔한다. 그러면서 재미난 에피소드도 곁들인다. 그는 "벗는 장면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처음엔 꺼렸어요. 솔직한 마음으로 몸 좋은 서준이 형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사고가 났죠. 우리 둘이 상반신 노출 장면을 찍을 때 여자 스태프들이 저보단 형만 쳐다보더라고요."
■틈만나면 티격태격,'청년 투캅스'란 별칭 얻어
'남성 투톱'을 내세운 탓에 영화가 다소 무겁고 지루할 거란 선입견을 품으면 큰 오산이다. 경찰대 동기 기준을 연기한 박서준과 찰떡 호흡은 신선한 재미를 넘어 통쾌함까지 선사한다. 그래서 일각에선 '청년 투캅스'란 애칭을 붙여줬다. 끈끈한 친구이지만 둘은 시도 때도 없이 티격태격이다. 예컨대 반찬으로 나온 소시지를 놓고 희열은 "여기 발암물질 들었다더라"며 거들떠보지 않지만 기준은 "맛만 있더라. 왜 안 먹어?"라고 되물을 정도로 둘은 정반대 성격.
영화 속 장면들. |
추격신도 빼놓아선 안 될 볼거리. 실제 둘이 함께 범인을 쫓아 질주할 때나 거침없는 액션 연기를 선보일 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강하늘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오랜 친구처럼 서로 무장해제 돼 유쾌하게 웃었다고 회상한다. "서준이 형이 도도하고 시크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아니었죠. 감독이 시나리오 '공동집필'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애드리브로 꾸민 장면도 많아요. 다음 작품을 함께 한다고 하면 저도 하고 싶어요."
■해운대 시장 '꼼장어' 즐겨 찾는 부산 사나이
그는 부산 대연동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추억이 연기 인생에 자양분이 됐다고 털어놓는다. 특히 할아버지와 손잡고 오른 달맞이 고개에서 바라본 푸른 바다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때문에 부산은 '언제 가도 정겹고 따뜻한 마음의 안식처'란다. 해운대 시장의 '꼼장어'와 자갈치 시장의 회를 가장 좋아한다며 군침을 삼킨다. 이럴 땐 영락없는 부산 청년이다.
근데 아쉽다. 당분간 스크린에서 그의 모습을 자주 보지 못할 전망이다. 내달 '헌병'으로 입대할 예정. 그러면서 "군대에 다녀와서도 계속 즐거운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다"며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도 많이 출연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강하늘이 건강한 모습으로 제대하는 것과 함께 그의 또 다른 10년이 벌써 기대된다.
남유정 기자 bstoda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