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노리는 文 앞에 李가 있으니···

유력 우승 후보 SK에 중위권 삼성 도전장
6년 총 맞대결 성적은 18승 17패, 난형난제

연세대 1년 선후배인 문경은 SK 감독(왼쪽)과 이상민 삼성 감독은 올해로 7년째 코트에서 지략 대결을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994년 봄. 농구가 최고 인기를 누리던 때다. 4학년 슈터 문경은(49, 90학번)과 3학년 가드 이상민(48, 91학번)이 이끄는 연세대는 1993~94시즌 농구대잔치에서 대학팀 최초로 정상에 올랐다. 대학생들이 ‘농구 대통령’ 허재(55)가 버틴 최강 기아자동차를 비롯한 실업팀을 줄줄이 꺾고 우승한 건 일대의 사건이었다.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 문경은-이상민은 대회 시상식도 휩쓸었다. 문경은은 득점왕, 이상민은 어시스트왕을 차지했다. 나란히 허재와 함께 베스트5에도 뽑혔다. 말 그대로 수퍼스타였다.

26년이 흐른 현재, 두 사람은 여전히 코트를 호령하고 있다. 10월 9일 개막한 2020~21시즌 프로농구(KBL)에서 감독으로 활약 중이다. 문경은은 서울 SK(9년 차)를, 이상민은 서울 삼성(7년 차)을 이끌고 있다. 얄궂은 운명이다. 하필 연고지를 서울로 삼은 라이벌 팀이기 때문이다.

SK와 삼성의 라이벌전은 매번 전투를 방불케 할 만큼 치열하다. 문경은-이상민의 지략 대결은 올 시즌 주요 관전포인트다. 하지만 라이벌전이 전부가 아니다. ‘천하 통일(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이 꿈인 두 사람의 목표는 팀 당 54경기씩 치르는 정규리그다. 내년 4월 6일까지 약 6개월간 펼쳐지는 대장정이다. 이후에는 상위 6개 팀(총 10팀)이 챔피언을 걸고 벌이는 플레이오프가 열린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정규 경기가 50% 이상 진행됐을 경우 순위를 결정하고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50% 미만 진행됐을 경우 취소 시점 기준 순위를 적용하되 플레이오프는 치르지 않는다.

문경은-이상민은 연세대 농구부의 전성기를 연 ‘독수리 5형제(우지원·김훈 92학번, 서장훈 93학번)’의 주축 멤버였다. 두 사람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기 위해 경기마다 구름 관중이 몰렸다.

문경은은 쉴 새 없이 터지는 폭발적인 3점포가 주무기였다. 당시 할리우드 액션 영화 [람보]의 주연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의 외모를 빼닮아 ‘람보 슈터’로 불렸다. 이상민은 두꺼운 수비를 한 방에 무너뜨리는 정확한 패스가 전매특허였다. 날카로운 슈팅, 게임을 읽는 두뇌까지 갖춰 ‘컴퓨터 가드’로 통했다.

그 무렵 장동건·손지창이 주연한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1994년)가 방영됐다. 여기에 농구 만화 ‘슬램덩크’까지 인기를 끌면서 두 사람의 인기는 치솟았다. 코트 밖에서는 젊은 세대 문화의 아이콘이었다. 연세대 체육관과 신촌 농구 숙소 앞은 문경은과 이상민을 비롯한 농구부 멤버를 보기 몰려든 소녀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빠부대’의 원조였다. 집으로 무작정 찾아가 기다리는 팬도 많았다.

문경은은 “어느 날은 농구부 합숙을 마치고 집에 갔더니,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팬들이 어머니의 초대로 들어와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요즘 인기 아이돌그룹에 견줄 만한 인기였다.

그들의 승리 비결을 분석한 책은 출간과 동시에 동났고, 화보집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들의 브로마이드를 부록으로 끼워주던 하이틴 잡지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그들의 애창곡은 소녀들의 애창곡이 됐고, TV 출연 및 광고계도 접수했다. 팬레터는 하루에 10자루씩 쌓여서 다 읽지도 못했다. 연세대 전담 우체부가 있을 정도였다. 요즘 아이돌그룹 팬들이 하는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취미에 심취하는 행위)’의 시초가 됐다.소녀 팬들의 우상 ‘람보’와 ‘컴퓨터 가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문경은 SK 감독. / 사진:연합뉴스

‘이상민이 잘생겼냐’ ‘문경은이 잘생겼냐’는 주제로 언쟁을 벌이는 일은 당시 여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문경은은 “1학년 때 대구체육관에 경기하러 갔는데, 온통 내 이름이 적힌 현수막뿐이라서 놀랐다. 연세대 농구부의 인기는 내가 처음이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이)상민이가 입학하면서 내 팬의 절반을 가져갔다.

독수리 5형제의 막내 서장훈은 “당시 (문)경은이 형과 (이)상민이 형은 멋있었다. 당시에도 허재 형, 이충희 선배 등 인기가 많은 선수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대학생이 실력도 좋고 잘생겼으니, 당시 여고생들에겐 충격이었을 것이다. 거기에 마지막 승부와 슬램덩크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서장훈은 이어 “지금은 프로에 있으니 팬들에게 보답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때는 많이 알아봐 주고 소리 질러주는 게 마냥 좋았다”면서 “소리가 클수록 슛이 더 잘 들어갔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두 사람은 프로에서도 승승장구했다. 1997~98시즌 문경은은 삼성, 이상민은 현대(현 KCC)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를 밟았다. 문경은은 13시즌(삼성-신세기-전자랜드-SK) 동안 뛰며 한 차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2000~01시즌)했다. 은퇴는 2010년 SK에서 했다. 그는 통산 3점슛 1669개를 터뜨려 역대 1위다.

이상민은 10년 동안 현대에서 뛰며 세 차례 챔피언결정전 정상(1997~2000시즌)에 올랐다. 2007~08시즌을 앞두고 삼성으로 이적해 세 시즌을 더 뛰고 은퇴했다. 팬 투표로 선정되는 올스타에 9년 연속 선정(역대 최다) 기록을 남겼다. 두 사람은 말 그대로 코트 위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감독으로도 ‘꽃길’ 문경은

심판 판정에 어필하는 이상민 삼성 감독. / 사진:연합뉴스

지도자의 길은 문경은이 먼저 걸었다. 2010년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2010~11시즌부터 SK 2군 코치를 맡았다. 2011~12시즌 1군 감독 대행을 거쳐 2012~13시즌 정식 사령탑에 올랐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당시 SK는 ‘감독의 무덤’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문경은 이전에 SK에서 3년 이상 버틴 감독은 챔피언전 우승·준우승을 한 차례씩 일군 최인선 전 감독(1998년 11월~2003년 4월)뿐이었다. 이후 4명의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거나 재계약에 실패했다.

초보 감독 문경은 역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부임 두 시즌 만에 예상을 뒤엎었다. 2012~13시즌 외국인 에런 헤인즈를 앞세운 ‘1가드-4포워드’ 농구로 돌풍을 일으켰다. 정규리그에서 1997년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1위를 했다. 홈 경기 23연승을 포함해 44승(10패)을 올렸다. 2011~12시즌 원주 동부(현 원주 DB)가 세운 역대 한 시즌 최다승 기록과 타이다. 챔피언결정전에선 정규리그 2위 울산 모비스(현 울산 현대모비스)에 패했지만, 초보 감독치고는 만족스러운 성과라는 평가였다.

초반 임팩트가 너무 강했을까. 이후 문 감독은 4시즌 동안 정규리그 3위-3위-9위-7위에 그쳤다. 공교롭게도 외국인 에이스 헤인즈가 고양 오리온으로 이적하면서 성적이 떨어졌다. SK에서 정상을 밟아보지 못한 헤인즈는 2015~16시즌 오리온에서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다. SK에서 뛰었던 또 다른 외국인 데이비드 사이먼은 2016~17시즌 안양 KGC로 옮겨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그러자 “문경은이 우수한 외국인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문경은은 2017년 여름 드래프트를 통해 뽑은 외국인 선수가 부진하자, 대체 선수로 헤인즈를 다시 뽑는 승부수를 던졌다. 일부 팬들은 공격과 수비 모두 헤인즈 중심으로 풀어가는 문경은을 향해 ‘문 애런’이라고 부르며 비아냥거렸다. 문경은은 욕먹을 각오를 했다며 웃어넘겼다.

문경은은 단순히 헤인즈로 위기를 극복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후배이자, 무명 선수 출신인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을 찾아가 우승 노하우를 배웠다. 위 감독은 ‘만년 꼴찌’ 우리은행을 부임 첫해부터 리그 최강으로 변화시킨 것으로 유명했다. 또 옆으로 이동하며 수비하는 사이드스텝 훈련에 핸드볼 스텝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SK 호크스 핸드볼팀 코칭스태프를 섭외했다. 선수들에게 1주일간 핸드볼 훈련받게 했다. 농구를 더 잘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SK는 정규리그 2위를 했다. 하지만 에이스 헤인즈는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8주 진단을 받았다. 착실히 준비한 문경은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진짜 지도력을 발휘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챔피언전에 오른 SK는 DB에 2연패 후 내리 4연승으로 감격의 우승을 했다. SK는 1999~2000시즌 이후 18년 만에 팀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일궈냈다.

그는 우승 후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동안 겪은 아픔을 털어냈다. 우승 후 문경은은 당당히 SK와 4년 재계약했다. 이후 문경은은 탄탄대로다. SK는 코로나19 사태로 조기 종료된 2019~20시즌에도 원주 DB와 공동 1위를 했다. 정규리그가 중단된 올해 2월 말 두 팀은 나란히 28승 15패를 기록 중이었다.

이상민의 감독 데뷔는 문경은보다 2년 늦은 2014년이다. 그는 2010년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2년간 연수를 다녀왔다. 2012~13시즌부터 두 시즌 간 삼성 코치를 거쳐 2014~15시즌부터 정식 사령탑을 맡았다. 문경은이 감독 부임 2년 만에 정규리그 깜짝 준우승한 사례 덕분에 큰 기대를 모았다.‘흙길’ 지도자 인생 이상민

연세대 문경은(오른쪽)이 2년 선배 정재근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했다. 이상민은 감독 첫 시즌 ‘11승 43패’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꼴찌를 했다. 프로농구 역대 최다 점수 차인 54점 차 패배기록도 썼다. 이 경기 후 이상민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일부 농구 팬으로부터 ‘이상민의 극한직업 도전’이라는 위로 섞인 조롱도 들었다. 선수들이 경기 중 실수로 감독인 이상민에게 패스하자 이상민이 탄식하는 장면 모음이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을 정도다.

당시 이상민은 “농구 하면서 이렇게 많이 진 적은 처음이다. 농구 이야기가 하기 싫어 숙소 밖으로도 잘 안 나갔다”고 탄식했다. 후배 서장훈은 흔들리는 선배를 잡아줬다. 이상민은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면서 사퇴를 결심한 적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후배 서장훈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서장훈은 “그렉포포비치(미국프로농구 샌안토니오를 이끌고 5차례 우승을 이끈 명장)가 삼성을 맡아도 힘들 것”이라며 위로해줬다.

이상민은 부임 2년 차 때인 2015~16시즌부터 프런트와 같이 합심해서 명가 재건에 나섰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 많은 공을 기울였지만, ‘중박’에 머물렀다. 우승 꿈은 이룰 수 없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선수들에게는 ‘형님 리더십’을 발휘했다. 훈련은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진행하고, 휴식도 충분히 보장해줬다.

그러나 이런 노력만으로는 2%로 부족했다. 혹독한 감독 신고식 시즌을 치른 뒤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상민 감독이 벤치에서 너무 답답해 보인다. 차라리 다시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뛰는 게 어떻겠냐”는 말까지 나왔다. 함께 대학 농구를 주름잡은 문경은과 지도력 면에서 비교되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그나마 유일한 위안은 3년 차 때인 2016~17시즌 정규리그 3위를 한 것이다. 삼성은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서 ‘깜짝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이후에는 다시 내리막을 걸었다. 3시즌 연속 7위-10위-7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2015~16시즌부터 에이스로 활약했던 귀화 선수 라건아가 울산 현대모비스로 옮기면서 ‘높이’마저 약해졌다.

그러는 동안 구단도 저조한 성적 탓에 흥행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9~20시즌 삼성 홈 평균 관중은 1755명에 머물렀다. 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꼴찌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은 봤다. 마지막 6경기에서 4승 2패로 비교적 선전하며 발전 가능성을 봤다.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지 않았다면, 4년 만에 6강 플레이오프 진출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이유로 삼성은 이상민과 재계약을 결정했다. 삼성은 최근 이상민과 2년 재계약을 발표했다. 예전처럼 구단에서 투자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도 선전해준 점을 감안했다. 특히 지난 시즌의 경우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잇따르는 상황에서도 6강 경쟁을 벌였다는 점을 높이 샀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즌 막판 상승세를 보인 점도 재계약에 플러스 요인이 됐다.

이상민은 삼성을 오랜 기간 이끌게 된 소감으로 “다시 믿고 맡겨주신 구단에 감사하고,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2020~21시즌 문경은과 이상민의 처지는 하늘과 땅만큼 크다. 문경은의 SK 전력은 다시 한번 정상에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반면 이상민의 삼성은 중위권에서 분투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막을 앞두고 SK를 제외한 나머지 9팀 사령탑 중 7명이 SK를 우승 후보로 꼽았다. ‘공공의 적’으로 볼 만큼 전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주전 국내 선수 없이도 9월 열린 KBL 컵대회에서 준우승하며 두꺼운 선수층을 과시했다.

이상민은 SK를 두고 “컵대회에서 식스맨으로도 좋은 결과를 냈다”며 우승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SK는 10개 구단 중 외국인 선수가 가장 강하다는 평가다. 외국인의 경기력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시즌 맹활약한 자밀 워니가 건재하고 서울삼성에서 활약하던 닉 미네라스까지 영입했다.새 시즌 개막, 문 ‘희조스’, 이 ‘스마일’

1991년 연세대 1학년 이상민(왼쪽)이 농구대잔치에서 현대전자 이호근의 수비를 뚫고 레이업슛을 던지고 있다.

물론 국내 선수층도 탄탄하다. 시즌 전 부상을 당한 에이스 김선형·최준용·김민수·안영준이 전부 시즌 초반부터 복귀했다. 문경은은 ‘희·조·스’를 팀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희생·조직력·스피드’를 뜻한다. 그는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에는 준비 과정이 상당히 좋다. 부상자도 없다”면서 “전력이 좋은 만큼 누군가 희생해주고, 조직적인 농구를 하면서 장점인 스피드를 살리면 우승이란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문경은은 우승을 차지했으나 지난 시즌 곧바로 9위로 추락해 체면을 구긴 2017~18시즌을 경계하고 있다. KGC인삼공사를 우승 경쟁 팀으로 지목한 문경은은 “선수들의 조직력이 좋고 공을 잘 뺏는다. 외국인 선수도 안정적”이라고 경계했다. 지난 시즌 압박 수비를 앞세워 상위권을 지킨 KGC는 센터 오세근이 복귀를 앞두고 있고,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얼 클락, 라타비우스 윌리엄스를 영입해 선수층을 더욱 살찌웠다.

지난 시즌 SK와 우승 경쟁을 했던 DB도 유력한 우승 후보다. 외국인 빅맨 치나누오누아쿠가 이탈한 것은 이번 시즌 약점이 될 수 있다. 대체 선수로 데려온 타이릭 존스는 올해 대학을 졸업한 신인이다. 9월 중순 자가 격리에서 해제된 후 몸을 만들고 있다. 김종규·두경민·허웅으로 짜인 국내 주전 선수들이 건재해 전력은 여전히 탄탄하다.

문경은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상민과의 라이벌전은 여전히 껄끄럽다. 문경은은 사령탑으로 성과는 이상민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맞대결에서 만은 제대로 웃은 적이 없다. 실제로 문경은-이상민의 감독 맞대결 전적은 지난 시즌까지 18승 17패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최근 다섯 시즌 전적만 따지면, 오히려 문경은이 이상민에게 12승 16패로 밀린다. 서울 라이벌이라는 특수 상황 앞에서만 평소 팀 전력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투지가 압도하는 팀이 이긴다는 것이다. 결국 문경은은 올 시즌 우승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상민이라는 걸림돌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아쉽게도 삼성은 올 시즌도 우승 전력은 아니라는 평가다. 서울 삼성의 자유계약선수(FA) 김동욱·장민국·이관희와 재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높이 싸움’에서 경쟁 구단에 밀린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또 왕년의 ‘가드 왕국’이라는 별칭이 무색할 정도로 경기를 조율하는 가드 라인이 취약하다. 이 때문에 핵심 선수들을 총동원한다 해도 플레이오프 진출 정도를 노릴 수 있는 전력이라는 평가다.

이상민의 속내는 다르다. 재계약을 한 만큼 팀과 자신의 숙원인 우승 트로피를 한번 들어 올리는 꿈을 꾸고 있다. 이상민 감독은 ‘스마일 삼성’이란 출사표를 던지며 “코로나 때문에 힘든 시기를 겪은 농구 팬에게 웃음을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새 시즌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리딩 능력을 갖춘) 김동욱의 컨디션이 올라오면 (뒷심 부족 등의 문제는) 괜찮아질 것이라고 본다”며 “시즌을 치르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선수들과 함께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 피주영 중앙일보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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